한국 반도체 산업과 재생에너지의 공간적 불일치 및 송전망 인프라 위기

한국 반도체 산업과 재생에너지의 공간적 불일치 및 송전망 인프라 위기

2026-01-03, G30DR

1. 서론: 국가 전략 산업의 물리적 한계와 에너지 안보의 충돌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축인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확장을 꾀하고 있는 현재, 그 물리적 기반이 되는 전력 인프라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정부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적 야망은 ’에너지의 지리적 불일치’와 ’송전망 건설의 지체’라는 거대한 물리적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본 보고서는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반도체 클러스터)와 비수도권에 편중된 전력 공급원(호남의 재생에너지, 동해안의 원전) 사이의 구조적 모순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에 반영된 전력 수요 예측과 이를 충당하기 위한 공급 대안들을 정밀 검토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 간 형평성 논쟁,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을 위한 글로벌 통상 압박, 그리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른 지역별 차등 요금제(LMP)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포괄적으로 고찰한다. 단순히 전력망 부족 현상을 진단하는 것을 넘어, 송전망 확충을 둘러싼 재무적·사회적 갈등 구조를 해부하고, 서해안 초고압직류송전(HVDC)망 건설의 기술적 난이도와 공급망 리스크까지 파고들어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실존적 위협과 그 해법을 제시한다.

2.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거대 전력 수요와 공급의 구조적 모순

2.1 초대형 전력 수요의 발생 메커니즘과 그 규모

정부가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단일 산업 단지로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축이 되어 조성되는 이 클러스터는 2027년 첫 가동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장을 거듭하여, 기업 투자가 완료되는 2053년 시점에는 총 10GW(기가와트) 이상의 전력을 소비할 것으로 추산된다.1 10GW는 원자력 발전소 10기에 해당하는 엄청난 용량으로, 이는 수도권 전체 전력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현재의 수도권 계통 여유 용량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 고에너지 소비 장비의 도입이 늘어나면서 전력 집약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더욱이 반도체 공장은 ‘초민감 부하(Sensitive Load)’ 특성을 지녀, 단 0.01초의 전압 강하(Sag)나 순간 정전만으로도 수천억 원 규모의 웨이퍼 폐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양적 공급을 넘어, 전력 품질의 고도화와 공급의 무결성(Integrity)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2.2 과도기적 대안으로서의 산단 내 LNG 발전 건설과 한계

10GW라는 막대한 수요를 외부 송전망만으로 즉각 충당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정부와 전력 당국,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관계 기관은 현실적인 타협안으로 산업단지 내에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 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2

구체적인 계획을 살펴보면, 용인 국가산단의 경우 1단계로 2030년 초기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이 각각 1GW 규모의 LNG 발전소를 건설하여 총 3GW의 전력을 우선 공급한다.1 이는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 없이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하여 소비하는 ‘직접 공급’ 방식의 일환으로, 송전망 건설 지연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유일한 단기 처방이다.

그러나 이러한 LNG 발전소 건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탄소 리스크’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구분용인 국가산단 전력 공급 단계별 계획세부 내용 및 함의
1단계 (초기, ~2030)산단 내 LNG 발전 3GW동서·남부·서부발전 각 1GW 건설. 송전망 제약 회피용. 탄소 배출 문제 내재.
2단계 (중기, 2030~)광역 송전망 연계호남권 재생에너지 및 동해안 발전력 수송. 서해안 HVDC 등 건설 필수.
3단계 (장기, 2044~)차세대 공급원 확보변동하는 계통망 및 기술 발전(SMR 등)을 고려한 대안 마련.
재원 분담총 2.4조 원 (산단 내부)공공(한전 등) 30% (0.7조), 민간(기업) 70% (1.7조) 분담.2

2.3 RE100 달성의 불가능성과 글로벌 통상 압박

LNG 발전소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므로, 여기서 생산된 전력은 RE100(재생에너지 100%)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애플,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공급망 전체에 대해 탄소 중립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3 용인 클러스터가 LNG 발전에 의존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탄소 발자국은 늘어나게 되며, 이는 수출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따라서 LNG 발전은 어디까지나 송전망이 확충되기 전까지의 ‘브리지(Bridge) 전원’ 역할을 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외부의 무탄소 전원(재생에너지, 원자력)을 대량으로 수전받아야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전력이 풍부한 지역과 전력이 부족한 수도권을 잇는 대동맥, 즉 송전망 확충 문제로 귀결된다.

3. 입지 불일치의 딜레마: 호남의 태양과 수도권의 공장

3.1 자원의 편재성: 남는 전력과 부족한 전력

한국 전력망의 가장 큰 모순은 전력을 생산하는 곳과 소비하는 곳이 극단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지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지역은 태양광 발전의 최적지로 꼽히며, 실제로 국내 태양광 설비의 상당 부분이 호남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는 수도권, 그중에서도 경기 남부(용인, 평택, 화성)에 밀집해 있다.4

녹색전환연구소 등의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특히 서울, 경기)은 전력 자급률이 매우 낮은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자급률이 100%를 상회하거나 전력이 남아도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5 특히 호남 지역은 봄·가을철 전력 소비가 적은 시기에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여, 전력망의 주파수 안정을 위해 멀쩡한 발전소의 가동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출력 제어(Curtailment)’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즉, 호남에서는 전기가 남아서 버려지고, 수도권 용인에서는 전기가 없어서 공장 가동을 걱정해야 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3.2 지방 이전 불가론: 인력(Talent)이라는 절대 장벽

이러한 불일치를 해소하는 가장 경제학적인 해법은 전기가 풍부한 호남이나 동해안으로 반도체 공장을 이전하는 것이다. 실제로 시민사회와 학계 일부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있는 곳에 공장을 짓게 하라“며, 균형 발전과 효율성을 위해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방 이전을 주장한다.5

그러나 산업 현장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반도체 업계는 지방 이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인재 확보’의 어려움이다.4 반도체 산업은 고도의 지식 집약 산업으로, 석·박사급 R&D 인력과 숙련된 엔지니어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들 고급 인력은 수도권 근무를 강력히 선호하며,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는 정책조차 지방 대학의 반발과 학령인구 감소 문제로 인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6 교수진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에 공장을 지을 경우, 인력 수급이 불가능해져 공장이 멈출 수 있다는 것이 기업들의 공통된 우려다. 결국 “사람을 따라 공장이 수도권에 남아야 한다“는 논리가 우세하며, 이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고비용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3.3 지역 희생론과 사회적 갈등의 심화

수도권의 반도체 공장을 돌리기 위해 비수도권의 전력을 대규모로 끌어다 쓰는 구조는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을 야기한다. 호남과 동해안 지역 사회는 “수도권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왜 우리가 발전소 공해와 송전탑 건설로 인한 환경 파괴, 재산권 침해를 감수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7

특히 전북 지역 언론과 정치권은 용인 클러스터로의 전력 송전을 위해 새만금 등의 재생에너지를 수탈해 가는 구조를 비판하며, 이는 단순한 님비(NIMBY) 현상을 넘어선 ’에너지 정의(Energy Justice)’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이전은 어렵다“는 현실론을 인정하더라도, 수도권 집중 구조를 보완할 대책 없이 송전망 연결만을 강요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은 송전망 건설의 최대 리스크 중 하나다.4

4. 송전망 확충의 기술적·경제적 난제: 서해안 HVDC와 동해안 전력고속도로

4.1 서해안 해저 전력고속도로(HVDC) 구상의 기술적 배경

육상 송전선로 건설이 주민 반대와 환경 규제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정부와 한국전력은 바다를 이용한 우회로를 선택했다. 이것이 바로 ‘서해안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 전력망’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호남(전북 새만금, 전남 등)에서 생산된 잉여 재생에너지 전력을 서해안 해저 케이블을 통해 수도권(경기 화성, 평택 등)으로 직송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8

  • 기술적 선택 (HVDC): 장거리 송전 시 교류(AC) 방식은 송전 손실이 크고 주파수 동기화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직류(HVDC) 방식은 손실이 적고 대용량 송전에 유리하여 해저 케이블 전송에 적합하다.
  • 사업 규모: 1단계로 전북 새만금에서 경기 화성까지 약 220km 구간에 2GW급 2회선을 설치하며, 향후 총 8GW까지 수송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8

4.2 타임라인의 혼선과 공급망(Supply Chain) 병목 현상

서해안 HVDC의 완공 시점을 두고 정부의 목표와 산업계의 현실 인식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존재한다.

  1. 당초 계획: 제10차 전기본 등에서는 2036년 완공을 목표로 했다.8
  2. 정부의 조기 완공 드라이브: 용인 클러스터의 전력난이 예상되자, 정부는 최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1단계 구간 완공 목표를 2031년에서 2030년으로 1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9
  3. 현실적 지연 리스크: 그러나 전문가들은 2030년 완공이 물리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분석한다. 가장 큰 원인은 **글로벌 해저 케이블 공급망의 붕괴(Shortage)**다.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 단지 건설 붐이 일면서 HVDC 케이블과 변환 설비(Converter)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LS전선 등 소수)의 주문이 꽉 차 있는 상태다.9

케이블 발주부터 생산, 해양 조사, 포설, 테스트까지 최소 4~5년이 소요되는데, 2025년 상반기까지 사업자가 선정되지 않을 경우 2030년 완공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영국 등 해외 프로젝트들이 이미 케이블 물량을 선점하고 있어, 한국 프로젝트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9 일부에서는 이러한 난관으로 인해 완공 시점이 2038년 이후로 밀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10

4.3 천문학적 비용과 재원 조달의 불확실성

비용 문제 또한 거대한 암초다. 서해안 HVDC 건설 비용은 초기 추산 7조 9천억 원에서, 자재비 상승과 공기 지연 등을 고려할 때 최대 1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8 문제는 이 돈을 누가 낼 것인가이다.

  • 한국전력의 재무 위기: 한전은 누적 적자가 40조 원을 넘나드는 심각한 재무 위기 상태로, 독자적으로 수십 조 원의 투자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 민간 참여 논란: 정부는 “송전 시장 민간 개방 불가“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나, 현실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민간 자본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8
  • 수익자 부담 원칙: 용인 클러스터 인프라 구축 협약에 따르면, 공용망에서 산단까지의 연결 선로와 산단 내 변전소 건설비(약 2.4조 원)는 공공(약 30%, 0.7조 원)과 민간 기업(약 70%, 1.7조 원)이 분담하기로 했다.2 그러나 국가 기간망인 서해안 HVDC 본선에 대한 비용 분담 구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4.4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의 만성적 지체

호남선뿐만 아니라 동해안의 원전(한울, 신한울)과 석탄화력 발전력을 수도권으로 실어 나르는 ‘동해안-수도권 HVDC’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선로가 완공되지 않아 동해안의 발전소들은 전기를 생산하고도 송전 제약으로 인해 가동을 줄여야 하는 비효율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이를 2026년까지 완공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경과지 주민들의 반발과 지자체 인허가권 갈등으로 인해 일정 준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8

5. 제도적 개입의 명과 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과 LMP

5.1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의 정책적 의도

물리적인 송전망 확충이 한계에 부딪히자, 정부는 가격 신호를 통해 수요를 분산시키려는 정책적 시도를 단행했다. 2024년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그것이다. 이 법의 핵심은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이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으로 이동하도록 유인하는 것이며, 이를 구현하는 구체적인 수단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LMP, Locational Marginal Pricing)**이다.5

5.2 지역별 차등 요금제(LMP)의 메커니즘과 경제적 충격

기존의 한국 전력 시장은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전기요금을 적용하는 단일 요금제였다. 그러나 LMP가 도입되면 전력 도매가격(SMP)은 지역별 송전 제약과 수급 상황을 반영하여 차등 결정된다.

  • 수도권 (고수요·공급부족): 송전 혼잡 비용이 반영되어 도매 전력 가격이 상승한다. 이는 곧 반도체 공장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 비수도권 (저수요·공급과잉): 호남이나 동해안 등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은 도매 가격이 하락하여, 기업 유치에 유리한 저렴한 요금 구조가 형성된다.11

정부는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권 등 3개 권역으로 나누어 요금을 차등화할 계획이다.5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요금제 개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제조 원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보고서는 환율 상승과 더불어 전력 요금 인상이 반도체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전력 비용이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기업 생존을 위협할 수준은 아닐 것으로 분석했다.11

5.3 정책의 딜레마: 페널티인가, 인센티브인가?

LMP 도입은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인력 문제로 인해 비수도권으로 이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도권에 남는 대가로 더 비싼 전기료를 지불해야 하는 일종의 ’페널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이를 “피할 수 없는 비용 증가“로 인식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반면, 녹색전환연구소 등 환경·에너지 전문가들은 LMP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옹호한다.5 송전망이 포화된 수도권으로 수요가 계속 몰리는 것을 가격 기구로 제어하지 않으면, 국가 전체의 에너지 효율성이 저하되고 탄소 중립 달성도 요원해진다는 논리다. 결국 LMP는 산업 정책(반도체 경쟁력 보호)과 에너지 정책(수요 분산 및 효율화)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자, 한국 사회가 치러야 할 ’균형 발전 비용’의 청구서라 할 수 있다.

6. 시나리오 분석: 한국 반도체와 전력망의 미래

이상의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세 가지로 예측해 볼 수 있다.

6.1 시나리오 A: 송전망 적기 건설과 수급 안정 (Optimistic)

정부의 총력 지원과 한전의 자구 노력, 민간 자본의 원활한 투입으로 서해안 HVDC 1단계가 2030~2031년경 완공되고, 동해안 송전선로가 2026년에 개통되는 경우다.

  • 결과: 호남의 태양광과 동해안의 원전 전력이 수도권으로 유입되어 용인 클러스터의 전력난이 해소된다. LNG 발전소 가동률을 낮추고 RE100 및 CF100(무탄소 에너지) 이행률을 높일 수 있다.
  • 전제 조건: 해저 케이블 공급망(LS전선 등)의 최우선 할당, 파격적인 주민 보상 합의, 특별법을 통한 인허가 기간 단축.

6.2 시나리오 B: 송전망 지연과 비용의 내부화 (Realistic)

주민 반대와 케이블 공급 부족으로 송전망 건설이 2~3년 이상 지연되는 경우다.

  • 결과: 용인 클러스터는 산단 내 LNG 발전소(3GW)에 장기간 의존해야 한다. 부족한 전력은 수도권 내 노후 화력발전 연장 가동 등으로 메워야 한다.
  • 대응: 기업들은 부족한 RE100 실적을 채우기 위해 해외에서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구매하거나,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를 이용하는 등 추가적인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LMP 시행으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분을 제품 가격 경쟁력이나 기술 초격차로 상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6.3 시나리오 C: 장기 표류와 경쟁력 훼손 (Pessimistic)

한전의 재정 파탄으로 신규 투자가 멈추고, 지역 간 갈등이 극에 달해 송전망 사업이 무기한 표류하는 경우다. 2038년까지도 HVDC가 완공되지 않을 수 있다.10

  • 결과: 용인 클러스터의 2단계, 3단계 확장이 전력 부족으로 인해 지연되거나 취소된다. 전력 품질 저하(정전, 전압 강하)로 인해 수율이 떨어지고, 글로벌 고객사들이 공급망 안정성을 이유로 주문을 대만(TSMC)이나 미국(인텔) 등으로 돌리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7. 결론: 결단이 필요한 시점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더 이상 반도체 기술 자체에만 달려 있지 않다.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리는 기술만큼이나, 그 공장을 돌릴 전기를 어디서 어떻게 끌어올 것인가 하는 ’전력망 방정식’을 푸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본 보고서의 분석 결과는 명확하다. 첫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은 송전망 확충 속도에 종속되어 있다. 10GW라는 막대한 수요는 기존 인프라로는 감당 불가능하며, 서해안 HVDC와 같은 특단의 대책 없이는 ’전기 없는 공장’이 될 위험이 크다. 둘째, 지역 간 불일치는 상수(Constant)다. 인력은 수도권을 떠나지 않고, 재생에너지는 지방에 편중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연결하는 비용은 누군가 지불해야 하며, LMP 도입은 그 비용 청구의 시작이다. 셋째,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글로벌 해저 케이블 공급망의 병목 현상과 한전의 재무 위기는 2030년이라는 데드라인을 위협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송전망 건설을 단순한 SOC 사업이 아닌 ’국가 안보 프로젝트’로 격상시켜 범정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한전의 독점적 지위에 얽매이지 않고 민간 투자를 과감히 허용하는 재원 조달의 혁신, 그리고 수도권 기업이 부담할 비용과 비수도권 지역이 누릴 혜택을 명확히 교환하는 사회적 대타협(Grand Bargain)만이 이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될 것이다.

8. 참고 자료

  1.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주요내용 - KDI 경제교육, https://eiec.kdi.re.kr/policy/callDownload.do?num=263534&filenum=2&dtime=20250225075221
  2.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전력 10GW·용수 133만톤 공급계획 확정 - 데일리머니, http://www.thedailymoney.com/news/articleView.html?idxno=1103545
  3.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고밀도·RE100 대응 리스크 점검 시급하다” - 에너지데일리, https://www.energy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9047
  4. “이전은 어렵다, 논쟁은 남았다”…용인 반도체 논쟁, 해법은 ’분산’에 있나 - 프레시안,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6010122074059377
  5. 재생에너지가 있는 곳에 공장을 짓게 하라 - 슬로우뉴스., https://slownews.kr/128323
  6. 반도체 인재 양성 시급한데…수도권-지방대 입장차 이유? [친절한 뉴스K] / KBS 2022.06.29., https://www.youtube.com/watch?v=vg728zNzyR4
  7. “왜 수도권 산업 위해 비수도권이 희생돼야 하나”…박지원, 용인 반도체 논쟁 정면 비판,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123114150231180
  8. 2036년까지 ‘서해안 해저 전력고속도로’ 건설…송전선로 건설 최대 4년 단축 - 헤럴드경제, https://biz.heraldcorp.com/article/3273022
  9. 서해안 HVDC 프로젝트 속도…2030년 준공 목표 내년 상반기 발주 예상 - 데일리머니, http://www.thedailymoney.com/news/articleView.html?idxno=1126867
  10. 서해안 HVDC, 기착지 바꾸고 工期 38년까지 분산 - 이투뉴스, http://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20187
  11. 유틸리티 - 지역별 차등 요금제가 불러올 나비효과 - 유진투자증권, https://www.eugenefn.com/common/files/amail/20251125_B55_tjdgus2009_880.pdf
  12. 2036년까지 송전선로 1.6배 변전설비 1.5배 증설(2023.05.15), https://top.jbnu.ac.kr/bbs/powergrid/2465/304847/artclView.do